곰스603

형제가 만든 곰스603, 2007년부터

성공담이 아니라 실험 기록입니다 — 응급실 두 번, 도미노 폐업, 그리고 버번에이징까지.

챕터 01

2007, 스무 시간짜리 하루

아버지의 건강이 무너지고 집안 재산이 투자 사기로 사라진 2007년, 형 나기주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해 11월, 논현동의 요거트 아이스크림 매장을 인수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20시간을 일했고, 일매출이 25만~35만 원인 날이 허다했다.” 이듬해 봄, 매일 같은 장면이 보였습니다. 앞집 해장국집은 점심에, 옆집 삼겹살집은 저녁에 줄을 서는데, 우리 가게 앞에는 어느 시간에도 줄이 없었습니다. 그때 나온 질문이 지금까지 곰스를 끌고 왔습니다. “양식을,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먹을 수 있게 만들 수 없을까?”

곰스603을 시작한 형 나기주
story/챕터02 · 위기의 시간(사진 없음)

챕터 02

쫓겨나고, 잠기고, 무너지고

2013년, 건물주의 계약 해지에 밀려 홀을 잃고 지하 배달 주방으로 내려갔습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렸다.” 곧이어 폭우로 그 지하가 잠겨, “브레인스토밍한 아이디어와 레시피가 빼곡했던” 노트 두 권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2014년 배달의민족 전국 매출 1위 매장을 기록하며 일어섰고, 기세를 몰아 가맹과 직영을 늘렸습니다. 그 확장이 2019년부터 도미노 폐업으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시스템'이라 믿었던 것은, 사실 내가 그 자리에 있어야만 돌아가는, 나를 위한 시스템이었다.” 코로나까지 지나고 남은 것은 매장 셋과 빚더미였습니다. 2022년, 여유 자금이 없어 “간판 글씨를 직접 만들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직접 교체”하며 이름을 다시 걸었습니다 — 신박한 양식주점 곰스.

챕터 03

8~9년 묻어둔 아이디어, 48시간 재운 고기

거창한 전통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객단가의 천장을 뚫으려고 8~9년 전 묻어뒀던 테이블 스테이크 아이디어를 꺼내 '테이블 그릴 스테이크'로 재해석했습니다. “솔직히, 8~9년 전에 고집을 부려 그대로 출시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그리고 고기를 더 낫게 재울 방법을 찾아 이런저런 시도를 거듭하다 버번에 닿았습니다. 지금의 공정은 단순합니다. 진공 포장해 48시간 숙성합니다. 구우면 술의 향은 남지 않습니다. 처음엔 대표도 물었습니다. “그릴링 하면 아무 향도 맛도 안 나던데?” 그런데 그게 답이었습니다.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은 많지만, 대부분은 맛을 바꿉니다. 그래서 이름도 공정 그대로 — 곰스603식 48시간 숙성 진공 버번에이징입니다.

story/챕터03 · 버번에이징 공정(사진 없음)

챕터 04

형과 동생, 매장 둘

형은 미국에서 3년을 살았고, 2008년에는 45일 동안 수제버거·스테이크·델리 맛집만 돌아보는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동생은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나 이곳저곳에서 경험을 쌓고 온 친동생이 귀국했다. 이때부터 레스토랑 느낌이 더해지기 시작하면서” — 2015년의 기록입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동생은 전형적인 요리사 스타일이라 고집도 세서 정말 많이 부딪히고 싸우기도 했지만, 그 시간을 함께 지나 여기까지 어떻게든 잘 왔다.” 2015년의 논현본점과 2016년의 포이사거리점. 사장 둘, 매장 둘은 그렇게 남았습니다.

곰스603을 함께 운영하는 형제
곰스603 주방을 맡은 동생
곰스603 주방에서 불쇼를 선보이는 동생

챕터 05

48시간 숙성 진공 버번에이징

2008년 봄의 질문은 아직 유효합니다. 양식을 특별한 날의 음식에서 평일의 음식으로 — 그래서 곰스603은 지금도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만 엽니다. 일하는 사람의 점심과 저녁이 우리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고기만 먹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함께 온 사람과의 시간을 만들러 옵니다. 스테이크를 먹었기 때문에 그날이 특별해진다 —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 한 문장입니다. 2007년부터 19년, 200가지가 넘는 메뉴와 수많은 실패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48시간 숙성 진공 버번에이징 스테이크. — 대한민국 양식 대중화의 새로운 기준을 꿈꾸는 외식 실험가, 나기주.

곰스603이 지키는 것

  1. 01

    '맛있다'고 쓰지 않습니다.

    맛은 손님이 정합니다 — 우리는 공정과 결과만 말합니다.

  2. 02

    48시간을 앞당기지 않습니다.

    재우는 시간이 곧 레시피이기 때문입니다.

  3. 03

    확인하지 않은 것을 확정해 말하지 않습니다.

    소문은 사실 위에서만 쌓입니다.